
어느 정도 신발의 형태를 읽어낼 수 있는 애호가라면, 페니로퍼가 북미대륙의 순수 혈통이 즐겨 신던 모카신 (Moccasin)과 형태가 흡사하다는 점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한 장의 가죽을 주머니 형태로 만들어 발등에 가죽을 덧대고 앞 코 부위를 핸드 스티치로 마무리한 이 신발은 오늘날 북미에서 일컫는 목 토 (Moc Toe) 형태를 지닌 모든 신발의 기원이 되었다.
그러나 추측과 달리, 지금 우리가 즐겨 신는 페니 로퍼가 최초로 탄생한 곳은 노르웨이 남서부 지방인 애울란(Aurland)이다. 1800년대 중반, 애울란에는 어부나 농부들이 작업할 때 즐겨신는 신발이 있었는데, 대개는 그 수요가 많지 않아 소규모 공방에서 조달이 가능한 정도였다. 그러던 중 영국의 상류층들이 낚시를 위해 종종 애울란을 방문하기 시작했고, 이 지역의 주민인 베비욘 반겐(Vebjorn S. Vangen)과 안드레아스 반겐(Andreas O. Vangen)은 방문객을 위해 신발을 제작해주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애울란의 신발 제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애울란에서 탄생한 어부의 신발은 1930년대, 모카신에서 영감을 받아 현재 페니로퍼에 가장 흡사한 형태의 신발로 진보했고 전 유럽에 알려져 널리 애용되었다. 이후 애울란의 신발 제조업은 종전 이후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전성기를 달렸다. 지금도 이 지역 공방에서 생산되는 신발의 형태는 현재의 페니 로퍼와 상당 부분 닳아있다.
이렇게 완성된 페니 로퍼는 노르웨이를 거쳐 다시 미국으로 건너와 영원한 클래식 아이템으로 굳히기를 시작한다. 1936년 미국의 신발 제조사인 바스(G.H. Bass)는 이 신발에 위준(Weejun, Nor-weejuns, 노르웨이에서 왔다는 의미)이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 로퍼(Loafer)라는 신발의 명칭은 비슷한 시기에 미국 시라큐스의 신발 회사인 네틀턴 슈즈(Nettleton Shoes)가 등록한 상표명이었고, 페니 로퍼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네틀턴 슈즈의 당시 광고 비주얼을 통해 비단 로퍼라는 명칭뿐 아니라 디자인 역시 자신들이 원조이며 타사가 이를 카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으며, 실제로 바스사의 당시 광고 비주얼에도 로퍼라는 명칭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 | ![]() |
![]() | ![]() |
서로 원조를 고집할 만큼 노르웨이의 작업용 신발은 완전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지금의 페니로퍼라는 명칭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대로 1950년대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들에 의해 불려졌다. 학생들은 위준의 발등에 펀칭된 다이아몬드 구멍에 페니 동전을 넣고 다니곤 했는데, 이로 인해 페니 로퍼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이름과 더불어 바스의 위준 슈즈는 페니로퍼의 원조로 일컬어졌다. 지금도 바스라는 회사 역시 건재하고, 위준은 그 모습 그대로 생산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저임금 국가로 생산라인의 본거지를 이전하면서 위준의 명맥은 사실상 끊어졌다고 본다.
한때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마크 맥너리에 의해 위준의 오리지널 형태를 복각하는 프로젝트가 시도되기도 했지만, 결국 20세기 후반에 사라진 아메리칸 메이드의 순수 혈통을 완벽하게 부활 시키지는 못했다. 혹시라도 'Made in U.S.A.'가 찍힌 오리지널 위준을 발견한다면 신발장이 아닌 유리 장식장에 보관해도 좋을 만큼 회소 가치가 충분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페니 로퍼의 혈통은 캐주얼한 용도에 맞춰져 있다. 남성복의 룰을 따진다면 캐주얼한 스타일에 매치하는 신발이다. 하지만 원칙은 깨지면서 발전하는 법이다. 최근에는 턱시도를 제외한 모든 스타일에 매치할 수 있는 슈즈다. 수트, 블레이져 재킷 혹은 치노팬츠나 청바지에 폴로 셔츠를 입더라도 페니로퍼는 결코 스타일을 역행하는 법이 없다. 수트에는 드레시한 무드를, 블레이져에는 전형적인 캐주얼 무드를 보여준다. 치노 팬츠와 청바지 차림에 약간의 격을 보태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미 한 켤레의 블랙 옥스포드를 가지고 있다면, 다음 주자로 브라운 페니 로퍼를 한 켤레 장만하는 수순을 밟는다. 발등이 많이 드러나는 특징은 양말로 개정을 드러내기에 좋다. 여름이면 로퍼삭스를 신고 발목을 드러내는 것도 경쾌해 보인다. 가죽 소재라면 약간 드레시하게, 스웨이드라면 좀 더 캐주얼하게 신을 수 있다. 앞코가 짧고 둥근 라스트에서 길고 뽀죡한 라스트까지, 취향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라스트의 다양함 역시 페니 로퍼로 만끽할 수 있는 요소이다.
* 본 내용은 la Finestra 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Posted by unipair




